최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한국 드라마 제작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최근 결말까지 보았다. 기대보다 괜찮은 작품이었고 결말까지 만족스러웠기에 이 화제의 작품에 대한 간단한 감상 후기와 결말을 적어 보기로 했다.
오징어게임의 유사함
장르적 유사함
적지 않은 국내 드라마를 봐오면서 게임이나 토너먼트 형식, 서바이벌 류를 주제로 하는 이런 형식의 드라마는 처음 보았다. 큰 틀에서 보자면 한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배틀 로열, 데스 게임 장르의 만화나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장르의 유사함 때문에 지속적으로 언급된 '신이 말하는 대로'나 그 밖의 작품들에 대한 표절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표절 이야기는 오징어게임에 대한 해외 언론의 찬사와 큰 인기 덕분에 많이 수그러들기는 했다.
오징어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작품?
분명 재미있는 드라마지만...
독특한 주제와 배우들의 명연기, 결말과 스토리 속의 여러 가지 떡밥들 그리고 다양한 해석들. 이러한 장점을 제외하더라도 '돈 때문에 목숨을 걸고 논다'라는 상황과 긴장감을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피소드가 정말 좋았다. 456명의 참가자들이 가진 첫 게임이자, 가장 많은 참가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포에 빠져 어찌할 바 모르는 대부분의 참가자, 그 와중에 정신 차리고 게임에 임하는 참가자, 한 술 더 떠 놀이의 맹점을 공략하는 참가자, 타인을 돕는 자와 이용하는 자,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즐기는 듯한 할아버지까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OST와 함께 연출한 그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로 인해 앞으로 등장할 놀이에 대한 기대감과 오징어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뭐 아쉽게도 전자의 기대감은 아쉬움으로 바뀌어버렸지만...
이렇게까지 흥행을?
많은 장점이 있는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결말도 나쁘진 않았다. 재미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다 같이 시청하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할 정도의 작품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오징어게임이 왜 이토록 흥행하였는가에 대한 다양한 기사나 글을 읽어보아도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이다. 물론 이미 결과로 흥행을 보여줬기에 내 생각은 의미가 없지만.... 어쩌면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익숙함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징어게임 결말에 대한 감상
결말까지 한 번에 내달리고 난 후
처음부터 최종전은 오징어게임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놀이 자체가 적당한 전략과 힘을 필요로 하는 폭력적이고 거친 놀이이기에 최종 게임으로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최종전을 단둘이 하게 될 것이란 것을 알기 전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주인공 기훈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 맘대로'였다. 돈이 필요하면 노모의 돈을 훔치고 경마에 빠지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정은 있어서 목숨 건 게임에 할아버지를 한 팀으로 넣어주고, 막상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올 것 같으니 그 할아버지를 속이고, 또 착한 척은 하고 싶어서 유리 다리에서 사람을 밀어버린 상우를 힐책하고, 결말 장면에서는 1년 동안 방황이라는 명목하에 새벽이와의 약속을 미루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뭐 이런 일관성 없는 캐릭터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보면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일반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때그때 되는대로, 내키는 데로 살아가는...
작가가 생각하는 시즌 2
처음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시즌 2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봤었던 것 같은데, 다시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시즌 2를 만들게 된다면, 프런트맨의 과거를 다룬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를 했다. '만들게 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이 정도 흥행한 작품이 시즌 1로 결말을 낸다는 것은 제작사 측이나 팬들이나 모두 아쉽기 때문에 시즌 2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만간 시즌 2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워낙에 유명하고 몸값 높은 배우들이 많은 터라 (물론 넷플릭스의 입장에선 엄청 높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리고 바쁜 배우들이라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빨라도 23년은 돼야 시즌 2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시즌 2에 대한 소망
사실, 시즌 1 결말까지의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완결성을 띠고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망칠 위험성을 가져가면서까지 오징어게임 시즌 2를 만들 이유가 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매력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이 캐릭터를 더 매력 있는 배우들이 연기를 했다는 측면에서)의 등장은 그들의 사연과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황동혁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경찰과 프런트맨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시즌 2에 더해 공유의 이야기, 오일남과 VIP들의 좀 더 자세한 내막 그리고 공항에서 몸을 돌린 빨강 머리 기훈의 이야기 또한 다음 시즌에서 다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많은 시즌을 만든다면 해외에 참가하는 기훈이의 모습도 다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