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현의 위기, 혹은 세잔의 고뇌
- 회화는 기본적으로 재현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 재현된 것을 실제 대상과 일치하게 하고자 하는 입장이 사실주의다.
- 사실주의 회화 이론, 즉 재현 이론은 19세기에 사진의 발명과 함께 위기가 시작된다.
- 화가들은 고민했다. 사진이 할 수 없는 것을 찾지 못한다면, 화가의 존재 이유 또한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모네 - 세잔]
- 모네가 그린 <인상, 일출>이라는 그림을 통해 사진이 결코 찍을 수 없는 풍광을 그림에 담는 데 성공했다.
- 자신이 받은 인상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회화가 탄생한 것이다.
- 사실주의에 맞서는 이런 경향을 모네가 그림에 붙인 단어 '인상'을 따서 인상주의라고 부른다.
- 인상들의 다양성은 화가만의 고유성, 혹은 단독성에서 유래한다.
- 다양한 인상들에서는 재현 보다는 표현의 논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생의 정밀함보다 색채의 풍성함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화가의 내면, 감정은 색채를 통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
- 결국 색 인상은 내부와 외면의 마주침 혹은 화가 자신의 본성과 외부 자연의 본성 사이의 마주침에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 여기서 화가의 내면, 화가의 고유성을 강조하면 인상주의를 넘어서 표현주의라는 화풍이 된다.
- 표현주의에서는 외부나 자연은 우리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2. 클레: "선으로도 다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 느꼈지만 정체를 모르니 그 정체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 이것이 바로 클레의 작품이다.
- 클레는 자신의 동요나 감정을 표현하려할 때, 선을 사용해 표현했다.
- 색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클레가 고민했던 것은 선이었다.
- 이러한 입장은 색들이 대조되면 윤곽선이 나온다는 세잔의 입장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다.
- 인상주의가 색의 추상으로 귀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클레의 표현주의는 선의 추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선이 지적이라면 색은 감정적. 이것이 통상적인 사실이었다.
- 그러나 클레의 선은 지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인 효과를 낳도록 고안되었다.
- 재현이 부적절하게 되어야 그림은 화가의 내면과 역사, 혹은 감정적 동요를 유효하게 전달할 수 있다.
- 회화의 표현주의적 특성, 혹은 추상적 특성을 세잔은 색으로 전달하려고 했는데, 클레는 선으로 시도했다.
3. 로스코: "작열하는 색들만이 비극적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 세잔의 인상주의가 열어놓은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화풍 추상표현주의가 뉴욕을 중심으로 발달한다.
- 유렵의 표현주의에서는 확인 가능한 윤곽선이라도 있었다면, 미국의 표현주의에서는 그것마저 희미해지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다. 윤곽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물감의 색깔이 번지는 지점까지 자연스럽게 형성될 뿐이다.
- 로스코는 자신을 표현하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한다.
- 구체적으로 그는 그림을 통해 말라버린 사람들의 감성을 되살리려고 했다.
- 아폴론적인 것이 개별자나 분리의 원리라면,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개별화의 원리가 사라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라는 니체의 생각을 로스코의 말로 바꾸면 아폴론적인 것이 윤곽선의 원리이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윤곽선을 제거하는 원리가 된다.
-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은 윤곽선, 즉 선 일반의 문제와 씨름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느끼는 것과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는 것에 현대 화가들은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의 키워드는 사실이나 재현이 아니라 표현과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 클레가 선도 작가의 감성을 표현하는 매체로 만들었다면, 로스코는 윤곽선을 제거해서 색채로만 작가의 감성을 표현하는 기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베이컨]
-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화가의 내면과 화폭에 나타나는 대상의 변형이 바르 그가 말한 대상과의 투쟁이다.
- 클레의 표현을 빌리자면 베이컨은 "가시적인 것들 이면에 있는 실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4. 슈베르트의 선율에서 비트겐슈타인이 느낀 것
- 화가는 색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관객은 그 색을 통해 감동받는 법이다.
- 윤곽선이 많아지고 정교해질수록, 색채의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색채의 힘이 ㄸ러어지는 그림으로 화가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 모든 예술 장르가 그렇듯이 회화는 지성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한다. 그래서 회화의 예술성은 근본적으로선이 아니라 색에서 찾아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그림이 선과 색 사이에서 이율배반을 겪고 있다면 음악은 가사와 선율 사이의 이율배반을 겪는다.
- 단조는 슬프고 우울한 정서를 나타낸다면 장조는 밝고 유쾌한 정서를 나타낸다.
- 비트겐슈타인은 슈베르트의 장조는 단조보다 더 슬프다고 이야기했다.
- 대중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가사를 사용하면, 음악은 대중성과 소통성을 얻겠지만 오해될 여지가 존재한다. 반대로 작곡가 자신의 감정을 선율로만 전달하려고 하면 음악은 예술성과 표현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난해한 작품이 되기 쉽다.
- 예술가는 쉽게 이해되는 작품이 아니라 깊은 울림을 가진 작품을 창조해야만 한다.